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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현 황제 베놈 로건이 즉위한 이래로

 

제국 임페리엄은 대 제국이라는 호칭을 얻기 충분할 만큼 성장했다.

 

그는 직접 검을 들고 전장에 뛰어들어

적들의 목을 베고, 그들의 가슴에 활을 꽂았으며, 전쟁을 하는 족족 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기 자신의 무력이 너무 엄청나서 더욱 그랬을까,

그는 유독 이능력이 발현된 돌연변이라 불리는 아이들.

 

통칭 가젯 들을 싫어했다.


 


 

“전투란, 직접 검과 활을 들고 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엄청나던 황제는

어쩌다 우연히 얻게된 이능력을 가진 그들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무턱대고 죽여버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자국민도 살육하는 황제라며 전 대륙적인 이미지가 망가질 우려가 있었고,

또 제 수하의 병사들 가운데서도 이능력자들이 심심찮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그 병사들 역시 싫어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이 공을 세우는데.



 

그래서 베놈은

 

‘전부 없앨 수 없다면 철저하게 나와 내 나라를 위해 이용해주겠다’

 

라는 마음을 먹고는 돌연변이들을 잡아들이는데에 박차를 가하라는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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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터벅


 

마을을 향해 진군하는 병력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제 앞에 있는 남자를 낮은 목소리로 부르며 손짓했다.

 


 

“어이, 녹스- 이리 와봐.”

“왜. 잡담하다가 들키면 바로 잡혀가는 거 몰라?”

“아니, 요즘 유난히 수색을 자주 나가는 것 같지 않나? 예전에는 세달에 한 번 꼴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나오는 것 같아.”

 

“에잉, 쯧쯧...이렇게 정보가 부족해서야.”

 


 

녹스라고 불린 남자는 옅게 혀를 차며 자신을 부른 남자를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황제 폐하께서 명을 내리셨다잖아. 가젯들을 잡아들이는데에 박차를 가하라고.”

 

“세 달에 한 번이면 됐지 뭘, 이렇게 자주…”


 

수색을 자주 나오는게 영 귀찮다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사내는 다시금 목소리를 낮춰 소근거렸다.

 


 

“아니, 근데 왜 돌연변이들을 가젯이라고 부르는거야. 자네는 아나?”

 

“쉿- 알렉 대장님 앞에선 그 돌연변이라는 말 함부로 꺼내지 말게!”


 

녹스는 다급히 남자의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아무도 그들의 대화에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입 조심해. 알렉 대장님도 가젯이잖은가. 그분 앞에서 돌연변이라는 얘기를 했다간 자네 목이 떨어질 수도 있어!”

 

“으으...알았네, 알았어.”

 


 

남자는 겁 먹은 표정으로 제 목을 감싸면서도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표정으로 녹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래서 왜 그들을 가젯이라고 부르는 건지, 자네는 아는거야?”

 

“자네, 가젯들의 문신 확인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나?"

 

“나는 주로 보초를 서니까 그런 걸 볼 기회가 없었지. 에잇 참. 뜸 들이지 말고 얘기해주게, 응?”

 


 

남자의 간곡한 질문에 녹스는 더욱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가젯들의 몸에 있는 문신이 꼭 그 보석이랑 모양이 닮았다는거야.”

 

“무슨 보석? 내가 아는 그 보석?”

 

“그래, 그 보석. 언제까지고 돌연변이, 돌연변이- 할 수 는 없으니까 이름을 그렇게 붙인거겠지.”

 

“허어...참 웃기는군. 돌연변이들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보석의 이름을 붙여놓다ㄴ,”


 

“어이, 거기.”


 

소곤소곤 이어지던 남자들의 대화를 끊고 날카로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잡담하는 건가?”


 

타고있던 말에서 내린 남자는 살짝 흘러내린 갈색의 머리칼을 쓸어넘기곤 이야기를 하고있던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가슴팍에 대장을 상징하는 표식이 그려진 갑옷이 달빛에 반짝였다.

 


 

 

“알..알렉 대장...저, 그게…”

“됐으니, 얼른 제 자리로 돌아가라. 오분 뒤면 마을의 입구에 도착한다.”

 


 

서늘하게 쏘아붙인 뒤 다시 말에 올라탄 남자는 천천히 말을 몰아 병사들의 선두로 나아갔다.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 녹스와 그의 친구는 아무말 없이 눈빛으로만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제 자리로 돌아갔고,

곧이어 알렉의 낮지만 큰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가젯의 수색을 시작한다. 샅샅이 뒤져라. 찾는 즉시 포박하여 마탑으로 인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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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대장의 입에서 근 30년 동안 가젯들의 수가 급증했다는 보고를 들은 황제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술잔을 내려놓았다.

 


 

“안 그래도 그 애새끼들을 이용해서 한 번 기어올라와 보겠다고 설치는 지방 귀족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돌연변이들의 숫자가 늘었다고? 중앙 귀족들이 하는 것 처럼 가문에서 내쳐버리면 좀 좋아.”

 


 

이를 갈며 말을 내뱉던 황제는 결국 내려놓았던 잔을 들어 벽에 던져 깨뜨리고

화를 겨우 참는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젖혀 의자 등받이에 뒷머리를 기댔다.


 

“연구는 어떻게 되가고 있지?”

“아이들을 인간 병기로 개조하는 연구라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계속 해라.”

“저희들이 가진 기술로는 아직 아이들의 능력을 어찌 할 수 없습,”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건가!!!”

 


 

호위대장의 말을 끊고 소리를 지르던 황제는 주먹을 꾹 쥐고 낮게 들끓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장 마탑에 공문을 보내라. 훈련이든, 세뇌든, 연구든! 지금 하는 양의 두 배로 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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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한 마디로 인해 마탑으로 날아든 공문.

 

그 속에는 연구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내용들이 가득했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아니 더욱 힘든 하루를 시작하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엔

 

연민인지, 경멸인지, 한심인지 모를 각자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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